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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염려증.. 문제는 몸보다 마음!


#1
40대 직장인 A씨는 어느날 자신의 피부에 반점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얼마 전 읽은 AIDS 관련 신문기사를 떠올리며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다. 병원을 찾아가 피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정상이었다. 하지만 A씨는 결과를 믿지 못하고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급기야 직장까지 그만두고 입원과 검사를 반복했다.
 
#2 50대 외국계 회사 지점장인 B씨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다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이발사가 빗질을 하다 두피를 건드린 것이다. 순간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빗에는 균이 많을테고, 내 머리속이 감염됐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균검사를 하겠다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한 편으론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늘어나는 건강염려증
두 사람의 일화는 모두 객관적인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확신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건강염려증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처럼 건강염려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은 공식적으로만 한 해 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건강염려증이란 질병명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사람의 수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새발의 피'다. 보통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가 건강염려증이라고 판단하면 정신과 진찰을 권유하는데, 이 말을 듣고 정신과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의 증상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분명 '육체적'인 문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염려증을 앓으며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하기조차 불가능하다.

◆"치료 받도록 하는 게 관건"
건강염려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객관적인 증거를 믿지 않고 자신의 병을 확신하는 경향이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윤세창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는 "이런 환자들이 의사의 권유를 따르기만 해도 상당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병원을 바꿔서 같은 검사를 반복하지 말고, 이런 질병에 익숙한 정신과 진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방법은 크게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심리치료는 통상 '면담'과 같은 방식이나, 보다 전문적으로는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방법이 쓰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환자가 '추리하는 사고'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방법이다.

최영희 메타인지행동치료연구소 소장(정신과 전문의)은 "건강염려증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불안장애'에 속하므로 공황장애 등과 유사한 치료법을 적용한다"며 "성격을 고쳐주는 치료인 만큼 심할 경우 2년 정도는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항불안제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 불안에 압도되는 경우 약을 통해 '급한 불'을 끈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약에 의존하게 되면 근본적인 원인을 치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약물요법' 한가지로만은 치료가 힘들다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전반적인 치료결과는 사실 '획기적이지' 못하다. 치료가 된 것 같다가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 극소수만이 근본적으로 완치된다. 때문에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있다.

◆원인은 뭔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여러가지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을 거라 추정할 수 있다.

육체적 혹은 성적으로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민감한 성향을 타고 난 경우 발병 위험이 높다고 한다.

어린시절 경험과 연관짓는 전문가들도 있다. 부모가 작은 질병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혹은 어린시절 병약한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든지, 갑자기 사고나 병으로 돌아가신 분을 목격하게 되면 아이에게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하고 이것이 나중에 어떤 계기로 드러나게 된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건강정보가 원인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올바른 질환 및 건강정보를 선별해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강염려증이 염려된다면?
건강염려증의 핵심은 '불신'이다. 때문에 '불신'의 첫고리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해주는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일단 믿을만한 의료진을 선택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대다수의 건강염려증 환자는 자신의 문제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안전막'을 쳐놓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그 자료를 취합해 놓는 방법도 있다. 검진 결과 정상이 나오면 이 후 건강문제는 '잊으려고' 노력하며, 모아놓은 자신의 건강데이터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치료를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희박한 확률을 과대평가해 두려움에 떠는 자신의 성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면,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건강염려증 환자는 주변 사람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만큼, 당사자가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시아경제  2008.11.03 14:23

http://www.asiaeconomy.co.kr/uhtml/read.jsp?idxno=431901&section=S1N53&section2=S2N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