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이 더 좋아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치매의 날이다. 행복해야 할 인생 황혼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노인 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0만명이다. 2010년에는 46만1000명, 2020년에는 69만3000명으로 매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치매로 고생하는 사람이 한두 명은 꼭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치매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치매에 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게 전문의의 지적이다. 치매의 날을 앞두고 흔히 오해하거나 헷갈리는 치매 관련 상식들에 대해 살펴봤다.
◆ 치매에는 아직 약이 없다 ?
치매는 분명 아직까지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는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법도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이런 것은 아니다. 국내 치매환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혈관성 치매는 비교적 노인성 치매보다 예방과 치료가 손쉽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뇌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병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과 같은 뇌혈관 치료를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지연 치료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억력 감퇴와 같은 치매 증상이 뇌졸중 끝에 따라오거나 마비와 발음장애와 같이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혈관성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이 반복되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므로 뇌졸중 조기치료만 잘 해도 충분한 치매 예방이 가능하다. 노인성 치매에도 치료는 어렵지만 약물 복용을 통해 악화를 늦출 수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가지 진단방법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억력을 비롯해 행동, 인지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에서는 약물요법 등으로 치매를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도인지 장애는 치매선별검사(MMSE)라는 간단한 문답형 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통하면 좀 더 정확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시기에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해주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평균 1∼2년 늦추며, 네 명 중 한 명 정도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인다. 물론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말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 ?
흔히 중년 이후에 자주 무엇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의 증상이 생기면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알고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와 건망증은 원인부터 다르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건망증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잘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치매는 판단력과 통찰력은 물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이상에서 온다. 작용하는 과정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 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지만 치매는 뇌 신경조직 손상으로 일어난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의 장애를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기전이 다른 만큼 원인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키를 둔 장소를 자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자동차 키의 용도에 대해서 생각이 나지 않으면 치매증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건망증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다한 정보량이다. 또 특정한 주제나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써도 건망증이 올 수 있다. 이것은 뇌 손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많고 기억해야 할 약속도 많다 보니 잊어버리고 혼동이 생긴다.
이에 비해 치매는 외부충격에 따른 뇌세포의 손상이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회로의 이상은 수리가 가능하지만 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손상은 복구가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 고스톱이나 바둑은 치매를 예방한다 ?
흔히 상식처럼 알고 있는 얘기다. 한때 이런 얘기들이 나돌면서 치매예방을 위해 고스톱을 못 치던 노인들조차 고스톱을 배우는 일도 있었다. 소문처럼 떠도는 고스톱 얘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종합적인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는 치매예방에 좋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예방에는 바둑이나 고스톱보다 독서가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빨래, 청소와 같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하루 1시간 이상 독서를 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낮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것보다는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 치매에 술은 무조건 해롭다 ?
술과 담배가 치매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2차적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물론 술이 치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이것은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음주라면 오히려 치매 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의과대학의 브레텔 박사가 영국의 한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았다. 하루 1잔에서 3잔의 술을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42% 낮았고, 일주일에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25%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1.5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적당한 술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하루 6잔 이상이나 필름이 끊어질 정도의 지나친 음주는 뇌 손상을 불러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채승희 세란병원 신경과장,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세계일보 2008.09.18 17:44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80918002472&subctg1=&subctg2=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치매의 날이다. 행복해야 할 인생 황혼의 삶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질병이 바로 치매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노인 수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0만명이다. 2010년에는 46만1000명, 2020년에는 69만3000명으로 매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치매로 고생하는 사람이 한두 명은 꼭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치매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치매에 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는 게 전문의의 지적이다. 치매의 날을 앞두고 흔히 오해하거나 헷갈리는 치매 관련 상식들에 대해 살펴봤다.
◆ 치매에는 아직 약이 없다 ?
치매는 분명 아직까지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는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법도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이런 것은 아니다. 국내 치매환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혈관성 치매는 비교적 노인성 치매보다 예방과 치료가 손쉽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 뇌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병이다. 혈압과 콜레스테롤 조절과 같은 뇌혈관 치료를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지연 치료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억력 감퇴와 같은 치매 증상이 뇌졸중 끝에 따라오거나 마비와 발음장애와 같이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혈관성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뇌졸중이 반복되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므로 뇌졸중 조기치료만 잘 해도 충분한 치매 예방이 가능하다. 노인성 치매에도 치료는 어렵지만 약물 복용을 통해 악화를 늦출 수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가지 진단방법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기억력을 비롯해 행동, 인지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에서는 약물요법 등으로 치매를 충분히 호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경도인지 장애는 치매선별검사(MMSE)라는 간단한 문답형 검사를 통해 1차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고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통하면 좀 더 정확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시기에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해주면 치매의 진행 속도를 평균 1∼2년 늦추며, 네 명 중 한 명 정도는 기억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보인다. 물론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말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 ?
흔히 중년 이후에 자주 무엇을 잊어버리는 건망증의 증상이 생기면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알고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와 건망증은 원인부터 다르다는 게 전문의의 설명이다.
건망증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잘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치매는 판단력과 통찰력은 물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이상에서 온다. 작용하는 과정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 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지만 치매는 뇌 신경조직 손상으로 일어난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의 장애를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기전이 다른 만큼 원인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자동차 키를 둔 장소를 자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자동차 키의 용도에 대해서 생각이 나지 않으면 치매증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건망증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다한 정보량이다. 또 특정한 주제나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써도 건망증이 올 수 있다. 이것은 뇌 손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많고 기억해야 할 약속도 많다 보니 잊어버리고 혼동이 생긴다.
이에 비해 치매는 외부충격에 따른 뇌세포의 손상이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회로의 이상은 수리가 가능하지만 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손상은 복구가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 고스톱이나 바둑은 치매를 예방한다 ?
흔히 상식처럼 알고 있는 얘기다. 한때 이런 얘기들이 나돌면서 치매예방을 위해 고스톱을 못 치던 노인들조차 고스톱을 배우는 일도 있었다. 소문처럼 떠도는 고스톱 얘기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종합적인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는 치매예방에 좋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예방에는 바둑이나 고스톱보다 독서가 훨씬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빨래, 청소와 같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하루 1시간 이상 독서를 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한 사람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낮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것보다는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 치매에 술은 무조건 해롭다 ?
술과 담배가 치매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2차적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물론 술이 치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이것은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음주라면 오히려 치매 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대학 의과대학의 브레텔 박사가 영국의 한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았다. 하루 1잔에서 3잔의 술을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42% 낮았고, 일주일에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25%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1.5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적당한 술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하루 6잔 이상이나 필름이 끊어질 정도의 지나친 음주는 뇌 손상을 불러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도움말:채승희 세란병원 신경과장,김성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치매 자가진단 방법 |
●과거에 있었던 일은 쉽게 기억나는데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데 애를 먹는가? ●대화나 TV 프로그램의 진행을 쫓아가기가 어려운가? ●친구나 일상적인 사물의 이름을 걸핏하면 잊어버리는가? ●말하고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있나? ●결정이 잘 내려지지가 않는가? ●대화할 때 말을 반복하거나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리는가? ●가게 같은 친숙한 장소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버리는가? ●뭘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나는가? ●남들에게서 내가 건망증이 심하다는 얘기를 듣는가? |
*9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해당하고, 그 문제가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 의사를 찾아 상담하는 게 좋다. 자료:영국 알츠하이머병학회 |
세계일보 2008.09.18 17:44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080918002472&subctg1=&subct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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