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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 50대 이상 여성 골절 사망률이 유방암보다 높다


“다시는 오른팔을 못 쓰는 줄 알았습니다.”

가구 제조업을 하는 장은호(52)씨는 몇 개월 전 작업장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망치를 내리치려고 팔을 들다가 벽에 부딪친 것이다. 순간적으로 통증이 밀려왔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장씨. 이따금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지만 물리치료를 받으며 지내왔다. 일주일 전 여느 때처럼 망치질을 하던 그는 팔꿈치를 못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팔이 퉁퉁 부어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씨는 하루 휴가를 내고 찜질을 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팔은 펴기 힘들 정도로 굳어버렸다.

다급해진 장씨는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해보니 겉보기에는 멀쩡했던 팔꿈치 뼈가 조각조각 부서져 있었다. 뼛조각들이 팔꿈치 주변의 뼈와 관절에 서서히 엉겨 붙어 팔의 움직임을 방해한 것이다. 다행히 장씨는 관절내시경 수술로 손쉽게 뼛조각을 제거했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자유롭게 힘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담당 의사는 “조금만 더 방치했더라면 염증이 생기고 뼈에 석회화가 진행돼 더 큰 수술을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골절은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것을 말한다. 원인에 따라 외부에서 가해지는 일시적 힘이나 압력에 의한 외상성 골절, 만성적인 힘이나 압력에 의한 피로골절, 병으로 인해 뼈가 쉽게 부러지는 병적 골절로 나뉜다. 또한 골절 부위가 외부로 노출된 개방성 골절은 감염의 우려가 있어 특히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순간적인 실수나 사고 등에 의해 누구나 골절을 입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자출족(族)’이 늘면서 자전거 사고로 골절을 당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세미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은 대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지거나 충돌하면 쉽게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다른 운전자와 어깨를 부딪쳐 쇄골이 골절되거나 손을 짚고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골절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부위는 고관절(엉덩이관절)·척추·손목 등인데, 가장 치명적인 부상은 바로 고관절의 골절이다. 통계에 따르면 50세 이상 여성 100명 중 3명(3%)이 고관절 골절로 사망한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실제로 노인들은 골절을 입으면 젊은층보다 훨씬 큰 고통을 느낀다. ‘노인은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못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노인 환자 대부분은 뼈에 금이 가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회복 속도가 느리고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곁에서 수족(手足) 노릇을 할 가족이 없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고관절 골절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누워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면 몸이 약해져 당뇨나 심장 질환을 앓기 쉽고, 심폐기능과 방광기능 또한 저하된다. 욕창이나 혈전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골절을 우연한 사고로만 취급하지 말고 미리 예방하고 즉시 치료해야 한다. 특히 골다공증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가 골절을 입었다면 반드시 뼈를 튼튼히 고정을 해주는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 부러진 뼈를 맞추는 수술을 하고 난 다음 뼈를 고정시키기 위해 적절한 보행 훈련이나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대개 수술 후 약 3개월 정도면 뼈가 단단히 붙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지만 골다공증이 심하고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인공관절술도 적절한 방법이다.

손목 골절은 전체 골절 환자의 15% 정도를 차지하며, 골다공증이 심한 60세 이상의 노인에게 자주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 빙판에서 손을 짚고 넘어진 노인들이 손목 골절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약한 손목이 순간적으로 강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 때문이다. 손목 뼈가 부러지면 손목 부위가 욱신거리면서 부어 오르고 피멍(반상출혈)도 나타난다. 

가벼운 손목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긋난 뼈를 맞추고 석고 부목을 댄 다음 6~8주간 고정하면 된다. 하지만 심할 땐 골절 부위의 뼈를 손으로 맞추고 핀으로 고정하는 등 정복(골절이나 탈구로 어긋난 뼈를 본디로 돌리는 일)수술을 받아야 한다.

갑자기 주저앉거나 넘어졌을 때는 압박골절도 주의해야 한다. 척추에 순간적으로 충격이 가해져 압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때 심한 허리통증을 느끼면 앉거나 서기조차 힘들다. 심지어 돌아눕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잦은 압박골절은 척추를 기형적으로 변형시켜 등이 굽어지는 척추후만증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척추 압박골절 치료에 풍선을 이용한 척추복원술도 널리 쓰인다. 이 방법은 척추뼈 내부에 풍선을 넣은 후 팽창시켜 척추뼈를 원상태로 회복시킨 다음 풍선을 빼내고 그 부분에 골시멘트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골절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 칼슘 섭취를 늘린다.

폐경 전 여성의 1일 칼슘 필요량은 800~1000㎎. 폐경 전후로는 1000~1500㎎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폐경 여성의 칼슘 섭취량은 평균 550~600㎎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 일광욕을 한다.

비타민D는 우리 몸속에서 칼슘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 필요한 비타민D 섭취는 하루 15~30분 정도의 일광욕이면 충분하다.

■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담배는 혈액순환을 막는 주범. 술은 장 점막을 파괴시켜 칼슘이 뼈로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 꾸준히 운동한다.

땀이 나고 숨이 가쁠 정도로 매일 15~30분씩 운동하면 근력이 좋아져서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

■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굽이 적당하며 발이 편한 소재로 만든 신발을 신는다. 추운 겨울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신발을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인터뷰 | 이성호 현대유비스병원장

“노인 인구 급증…뼈 건강에 관심을”

“병원에서 겨울은 ‘골절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골절 환자가 많습니다. 골절은 생활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경우가 많은데, 손을 빼고 걸어야 넘어지더라도 큰 부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성호 현대유비스병원장은 “골절 치료는 크게 응급처치,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 재활치료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처치는 골절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부목으로 고정해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 나아가 혈관이 손상되거나 개방성 골절로 바뀌는 것을 막는다. 비수술적 치료는 골절 부위를 절개하지 않고 골절된 조각을 맞추고 교정하는 ‘도수정복술’과 석고 붕대를 감거나 보조기구를 착용해 뼈를 제 위치로 되돌리는 ‘고정술’로 나뉜다.

그러나 이 원장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평소 골절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면서 골절로 고생하는 이유는 골밀도가 감소하고 근골격계통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면서 “빠른 걷기, 수영,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관절과 근력의 유연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라”고 당부했다.

위클리조선  2008.11.10

http://weekly.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4/20081104012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