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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노인은 죽어도 되나?


언젠가부터 못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나이부터 먼저 확인하는 일이다.

벌써 십여 명의 노인들이 신종플루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운명을 달리했지만,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노인 사망자는 이제 뉴스가치가 떨어진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것일까. 예순을 넘기면 안도(?)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이제는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최근 계절독감 백신 접종후 열흘 새 5명의 노인들이 잇달아 사망했지만, ‘불감증’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필자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신종플루 우려로 노인들이 독감백신을 맞기 위해 수십만 명씩 몰려 대기하다 체력이 약해진 탓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사망자가 대부분 기저질병이 있거나 고령인 것에 착안, 건강하고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접종받길 권고했다.

그런데 어딘가 아쉽다. 그리고 모자란다.

‘나이 든 노인은 이렇게 죽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수십만명의 노인들이 신종플루에 전혀 효과도 없는 계절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밖에서 몇 시간씩 접종순서를 기다리는 현실이 자연스러운 건 지 정부 당국에 묻고 싶다.

하물며 시내버스를 타도 노약자석이 있고 은행에 가면 대기표를 뽑아주는데, 정부당국의 서비스가 민간의 발끝만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

계절독감 백신을 만들어내는 녹십자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 GSK, CSL 등의 백신문제는 없는지, 노인들에게 보다 안전한 백신을 만들어낼 수 없는지, 감독기관으로서의 임무를 다한 것인지도 묻고 싶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종플루도 마찬가지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할 때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는 자료는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다.

사망자가 고령에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었다는 점을 매번 되뇌고 있다. 주변 노인들 중 당뇨와 고혈압 등 질환에 시달리지 않는 ‘NO고위험군’ 노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초기에 벌이던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도 철저히 하고 있는 지도 의문스럽다. 신종플루가 고위험군 노인에 취약하다면, 노인들을 타깃으로 한 ‘핀셋 행정’이 우선돼야 한다. 손 열심히 씻는 건 노인들을 특별히 보호해 주지는 않는다.

노인들이 왜 몇 시간씩 바깥에서 계절독감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을까.

행여나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 마음을 공무원들이 좀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다. 곧 나이 듦에 익숙해질 국회의원들도 국감에서 제대로 살펴 볼 일이다.

머니투데이  2009.10.15 09:58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101509582965074&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