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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국가'에서의 노년


산업혁명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나라에서 노인(65세 이상)과 마주칠 확률은 40분의 1이었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7분의 1 수준이다. 세계 최장수의 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총무성은 최근 자국의 고령자 비율이 22.7%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마주치는 사람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라는 말이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의 '늙은 국가'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로 일본의 인구는 3000년에 약 500명, 3500년에는 단 한 명뿐이라고 전망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을 능가한다. 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7%)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일본이 36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26년이 걸린다고 한다.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가, 2050년에는 노인 인구 38.2%로 세계 최고령사회가 된다. 2036년에는 근로자 2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할 판이다. 국민연금의 건전성도 장담 못한다. 일본의 장기 불황에서 보듯, 개인금융자산이 많은 노년층은 소비를 꺼려 경기 침체의 주요 요인이 된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함께 초고속 고령화라는 '인구 재앙'은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

고령화는 국가적 문제인 동시에 개인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누구든 늙음을 순응하되 행복한 늙음을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얼마 전 펴낸 저서 '노년의 즐거움'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 '5금(禁)과 5권(勸)'을 제시했다. 5금은 '잔소리와 군소리를 삼가라, 노하지 마라, 기죽는 소리는 하지 마라, 노탐을 부리지 마라, 어제를 돌아보지 마라'이며, 5권은 '유유자적, 달관, 소식, 사색, 운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침도 노인 삼고(三苦), 즉 병고(病苦)와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가 해결돼야 가능한 일이다. 노년 준비는 철저히 하되 이를수록 좋다. '늙은 국가'에서는 무엇보다 노년층을 위한 일자리 확대가 절실한 과제다.
 
김종명 수석논설위원

부산일보  2009.09.23 09:36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ubSectionId=1010110000&newsId=2009092300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