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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만성질환 노인 50% "내가 먹는 약 몰라"


조선일보 DB
복용하는 약 평균 7.23개
간·신장의 기능 저하로 약물 부작용 더 나타나


약을 많이 먹는 노인일수록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약물 부작용도 훨씬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팀이 대한가정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만성질환을 가진 65세 이상 노인환자 80명 중 50%(40명)가 자신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부분적으로만 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는 평균 7.23개, 가장 많은 경우는 27개였다.

자신이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모른다는 응답자가 복용하는 약의 개수는 평균 13.7개로 약물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복용 중인 약 6.8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약물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14명(18%)이었다. 약물 부작용을 경험한 노인들이 복용 중인 약의 개수는 11.8개로 부작용을 경험하지 않은 노인의 약물 6.3개의 1.9배였다.

윤종률 교수는 "노인들의 90% 이상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도 급증하고 있다. 약물에 대한 지식은 물론 복용 방법, 부작용 등에 관한 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약물의 처방도 문제. 노인은 간이나 신장의 기능이 저하돼 있어 젊은 사람들보다 약물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입원 노인 환자의 30%는 약물 복용과 관련된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미국의학연구소(IOM) 노인 약물처방 안전성 기준인 '비어스 크라이테리아(Beers criteria)'에 적용해 본 결과, 부적절한 약물 처방을 받은 환자수는 26명(33%)이었다.

부적절한 처방이 가장 흔한 약은 관절염 등의 치료에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였다. 노인의 21%(17명)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아스피린과 함께 복용, 위장관 출혈이나 신부전, 혈압상승, 심부전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다. 이 중 12명은 속쓰림, 흑색변 등의 증상이 있는데도 비스테로이드 성 소염진통제를 계속 복용했다.

불안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도 5명이 부적절한 처방을 받았다. 이 약은 졸리거나 정신이 흐려지고 어지러우며 낙상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말이 어둔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은 제제를 가급적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해야 한다.

항우울제와 말초 신경염에 의한 손발저림 증상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도 3명이 부적절한 처방을 받았다. 이 약은 변비, 입마름, 졸리거나 정신 흐려짐, 시력 장애, 어지럼증, 피로감, 소변 보기 불편한 증상, 혈압 저하, 맥박 증가 등 때문에 일정 용량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만성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약인 항히스타민 계열의 '하이드록시진(hydroxyzine)'은 1명이 부적절한 처방을 받았다. 이 약은 변비, 입마름, 졸리거나 정신이 흐려짐 등의 이유로 일반적으로 노인들에게는 사용되지 않는다.

윤종률 교수는 "약을 복용하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 부작용은 아닌지 의사에게 상담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8.12.24 09:18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2/23/20081223016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