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의 A 씨 부부는 올 추석에 해외여행을 떠난다. 세 명의 자식이 돈을 추렴해 3박 4일짜리 동남아시아 여행패키지 프로그램을 선물했다. 주변에서는 “효자들을 둬서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한 조건’ 시리즈 취재를 위해 만난 A 씨 부부는 추석 선물로 원하는 것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명절이 다가오면 고향의 연로하신 부모님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부모님이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제야 깨닫고는 부랴부랴 건강식품을 챙기느라 허둥대는 것이 대부분 자식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안 팔리던 노인용 건강기능식품이 명절 때만 되면 동이 난다.
취재하면서 만난 70대 초반의 B 씨 부부는 슬하에 자식이 네 명이나 있지만 평소엔 전화통화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식들이 20만 원씩 매달 용돈을 보내오기 때문에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아쉬운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B 씨는 “아무리 즐거워도 추석만큼은 못하다”고 했다. 손자손녀의 재롱을 지난 설 명절 때 보고는 못 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명절을 쇠고 돌아가는 자식들에게 집에 자주 오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고 했다. B 씨는 “다들 먹고살기 힘든데 염치없이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하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70대 중반의 C 씨는 “노인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술도, 담배도, 스트레스도 아니다. 혼자 있다는 생각, 즉 고독이야말로 최대의 적이다”라고 말했다.
노인을 보살피는 것은 국가의 몫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노인복지관 등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행복한 노년은 이런 제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추석 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선물을 드리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자식 된 도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추석과 설 명절을 뺀 나머지 하루하루를 외롭게 살아가시는 부모님에게 잦은 ‘스킨십’만 한 선물은 없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의 손을 더 꼭 쥐어보자.

http://www.donga.com/fbin/output?f=i_s&n=200809130046&ma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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