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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웰빙정보/노인성질환

부모님 건강 제1 敵 '저체중'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보다 사망 연관성 높아


노인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뇌·심혈관 질환, 골다공증이나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등이 주로 꼽힌다. 하지만 노인의 체중도 다른 요인들 못지 않게, 때로는 그 이상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주성 교수팀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65세 이상의 노인 1101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의 병력과 현재 앓고 있는 지의 여부, 비만도, 사망 위험 정도와의 관계를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사망률 지수:0에 가까울수록 연관성이 높음)가 고혈압 환자는 0.826, 당뇨병 환자는 0.395, 심혈관 질환 환자는 0.021이었다. 규칙적인 운동 여부와 음주도 별다른 유의성이 없었다. 하지만 저체중의 사망률 지수는 0.001로 조사 대상 요인 중에서 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연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자가 최근 특정 질환을 앓았거나, 수술 후유증 등으로 체중이 빠진 경우 등은 제외했다.

연구팀은 "평균 체중을 초과하는 노인과 비교할 때 사망 위험은 평균 체중인 노인은 약 2.2배, 저체중인 노인은 약 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65세 이상의 노인 2722명을 대상으로 3년간 실시한 조사에서도 다른 질환이나 요소들보다 '저체중'이 사망에 가장 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본 후생성이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노인 4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만도와 사망률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른 노인이 평균 이상인 사람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2002년 미국 심장의학회지에서는 심부전 환자의 경우, 평균 체중 을 초과하는 노인이 평균 체중이나 저체중인 노인보다 사망 위험도가 낮으며 회복 속도도 빠르다는 연구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일까? 박주성 교수는 "보통 저체중이면 평균 체온이 0.5℃ 정도 낮다. 우리 몸은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상당히 감소한다. 노인들은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쉬운데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이 질병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양대 구리병원 류머티즘내과 이혜순 교수는 "65세를 넘으면 여러 이유로 수술 받는 경우가 꽤 많은데, 마른 사람들은 축적된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수술 후 잘라낸 장기나 봉합한 부위에서 쓸 영양분이 부족해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감염 가능성도 높고 그에 따른 염증, 궤양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도 높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마른 노인은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5만5371명의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마른 체형(체질량 지수 23 이하)의 여성이 살찐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른 여성일수록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유방 내에 치밀한 섬유소가 많아져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근육 양도 문제가 된다. 마른 사람은 근육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근육 양이 적으면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생성돼 몸이 피곤해진다. 따라서 움직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절 등의 수술 후에는 재활운동을 잘 하지 못해 회복 속도도 느리다.

마른 사람은 뼈도 약한 경우가 많다. 마른 사람들은 영양섭취 부족으로 뼈를 생성, 유지시키는 칼슘, 나트륨 등의 무기질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뼈가 엉성해지고 조금만 부딪혀도 골절이 생기기 쉽다. 노인의 골절은 사망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박주성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보면 마른 노인들의 골밀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낮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내과 김광일 교수는 "노인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을 관리하는 것만큼 영양 관리가 중요하다. 노인은 젊은 사람과 달리 자유 치유능력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은 합병증이 나타나도 체력이 좋은 노인은 비교적 잘 관리해 건강 수명을 누릴 수 있으나, 너무 말라 체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합병증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것이다.

박주성 교수는 "저체중 뿐 아니라 정상 체중인 노인들도 영양소가 결핍돼 있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정상 체중을 약간 웃돌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질병이나 수술 시 회복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체지방에 의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영양 섭취를 충분히 하면서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통해 근육 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조선일보  2008.09.30 16:21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30/20080930012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