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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실버관련/시니어소식, 정보

내 자녀들은 나를 모실까?


- 주식회사 리봄의 조연미 대표가 보내온 편지 -

알 수 없는 소음 속에 귀를 막아버리는 일그러진 뭉크의 초상이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는 원화 값과 증시가 그렇고 경기침체의 터널속에서 공장매물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원화 값의 하락으로 유학비용이 껑충 뛰었고 해외연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기러기 아빠 신세를 체험한 적이 있으니 자고나면 억장 무너지는 어두운 뉴스에 유학 보낸 부모님들의 초조한 마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낳고 지나친 위기의식이 더 큰 위기의식을 만든다는 말이 요즘 유행어가 돼 버렸습니다. 이런 때 일수록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는 ‘느림의 미학’을 음미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두 개의 시계보다 한 개의 나침반을 갖고 항해를 떠나는 것이 더 지혜롭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아침부터 한가한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이것이 한가한 얘기만은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우리가 겪어야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거짓말 ‘베스트5’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거짓말 ‘베스트5’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하는 ‘베스트5’입니다.
□어머님 벌써 가시게요. 며칠 더 있다 가세요
□용돈 적게 드려 죄송해요
□어머니가 한 음식이 제일 맛있어요
□전화 드렸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저도 어머님 같은 시어머니 될래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베스트 5는 이렇다고 합니다.
□아기야, 난 널 딸처럼 생각한단다
□생일상은 뭘, 그냥 대충 먹자꾸나
□내가 얼른 죽어야지
□내가 며느리땐 그보다 더한 것도 했다
□좀 더 자라. 아침은 내가 할테니....

조연미 선생님(Senior Life Design Group인 주식회사 리봄의 대표)께서 보내주신 두 번째 글은 이런 시각에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누구나 노인이 되는 것이 이치인데 젊을 때는 그때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 선생님이 보내주신 2번째 글은 이렇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50대의 여자 분께서치매증상을 보이는 시어머니와의 하루 일과에 대해 얘기를 하시더군요.“제 정신이에요?” 하는 표현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며 하루를 지내게 된다는 넋두리였습니다.제 생각으로는 치매 환자가 분명 온전한 정신은 아니신데. (이 표현에 대해서는 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구합니다 )

그 분을 탓할 일도 아니고, 노년에 대한 우리의 인식부족을 탓할 일이지요.

혼자 밖에 나가셨다가 번호를 누르는 현관문 번호를 잊어서 집에 못 들어 오시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화를 내시더군요. 치매환자가 번호 누르고 문을 열기를 바라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말씀하시는 분은 할머니가 조금만 생각하고 알아서 해주기를 원하며 화가 나있는 것 같더군요.그리고 때로 할머님이 너무도 멀쩡한 생각을 한다는 것 때문에 할머니의 치매 증상들이 일부러 자기를 골탕 먹이기 위한 행동으로 생각된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치매에 대한 인식부족으로치매가 아닌 사람이 오히려 펄펄 뛰다 화병이 나버리는 형국이었습니다.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상황은 아니지만,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상황이 참 마음을 답답하게 했습니다.거기에 더해 50대 여자 분의 노인을 모시는 것이 자녀교육에 아주 안 좋더라는 결론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가끔 찾아가 뵐 때는 효도 흉내라도 낼 수 있었는데함께 살다보니 그게 안 되고, 자식들 보기에 자신의 태도가 영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 모시기 싫고, 참으로 묘한 논리지만마냥 이해가 안 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교육적’이기를 원하는 그녀의 맘속은 자신의 자식들은 자신의 노후를 잘 부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숨어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신은 교육적인 모델을 보여줄 수 없는 딜레마, 자신의 노년을 목전에 두고,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라 일컬어지는 많은 50대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한 50대 여성의 자조적인 목소리는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나도 안 모셨는데, 내 자식들은 날 모시겠어?”

해답이 없으니, 그저 죽기 살기로 ‘건강’에 몰입하는 것이 대안없는 고령사회 중년들의 모습은 아닌지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올해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습니다.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살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셈입니다.

노인비중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도 10명중 6명은 노후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조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2편의 글은 고령화 사회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사오정, 오륙도가 남의 말이 아님을 생각하는 아침되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보내주신 조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2008.10.09 10:05

http://www.asiaeconomy.co.kr/uhtml/read.php?idxno=2008100909574156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