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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우리 '밥'이야"..전문 사기꾼 기승

<지난 2월 노부부만 사는 집에 보일러 점검을 나왔다고 무작정 방문해서는 수리비 명목으로 무려 83만원을 가로채간 황당한 사연이 제보됐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사기상술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에 비해 정보 습득이 쉽지 않다는 취약점을 가진 노인들은 일부 악덕업체들이 갖은 속임수와 사기영업을 펼치기에 그야말로 '노다지'인 셈이다. 

공공기관 등을 사칭해 개인정보를 알아내 돈을 가로채가는 보이스 피싱은 날로 교묘하게 접근방법을 바꿔가며 수년째 노인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에는 ‘연료비 절감과 안전’을 내세워 터무니없는 수리비용을 가로채는 이동보일러 수리업체들에 대한 피해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팔거나 효도관광이나 체험방.사은품 등 다양한 미끼로 건강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속임수도 갈수록 기승을 더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노인들의 경우 정보 습득 범위나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보니 꽤 알려진 사기범죄에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무료 점검이나 무료 행사 등 ‘무료’를 강조하는 서비스 권유를 받은 경우 반드시 가족들에게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새제품 구입가를 훌쩍 넘기는 수리비 덤터기 

경기도 하남 신장동의 어 모(41세.여)는 지난 3월 5일 근처에 살고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칠순이 넘은 두 분을 상대로 사기행각이 벌어진 것.

4일 오전 부모님이 거주하는 5층 다세대 주택으로 ‘도시가스 점검’을 빌미로 남자 한 사람이 들어섰다. 남자는 보일러가 오래된 모델이라 연료비가 많이 나오겠다며 배관만 교체해도 가스요금 절감은 물론 노후로 인한 가스누설의 위험도 예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남자는 잠시 툭탁거리더니 ‘배관 스케일3만원, 5구 분배기19만원, 자동에어밴드 5만원, 여과기 9만원, 감압변 9만원, 부식방지제 5만원, 배관 끌어올림 10만원 등’이 청구항목을 들이댄 후 눈 깜짝할 사이에 75만원을 챙기고 사라졌다. 새 보일러 구입비보다 더 비싼 수리비용이 투입된 셈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사양의 보일러는 50~70만원 가량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계획된 사기행각’이란 생각에 화가 치민 어 씨는 청구서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해 “도시가스에서 나온 것처럼 속여 터무니없는 요금을 갈취했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상대는 “도시가스 직원으로 사칭한 적 없다”며 고작 10만원 환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는 “제대로 수리를 받고나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제품 구입비용보다 높은 수리비용에 대해 지적하자 “책임자가 자리에 없다”며 얼버무렸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배관청소 등으로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광고해 과도한 수리비용을 챙기는 업체들이 많다”며 “오히려 수리 온도 센서 등에 문제를 일으켜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여전히 활개.."빨리 병원비 보내"

서울 상도동의 김 모(69세.여)씨는 지난 2월 중순경 전화 한통을 받고 경악했다. 자신을 아들의 직장동료라고 신분을 밝힌 남자는 “이 과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다. 급히 수술에 들어가야 하니 빨리 500만원을 송금하라”고 말했다.

해외출장 중인 아들이 대체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물었지만 남자는 “지금 경황이 없다. 급하니 우선 돈부터 송금하라”고 하고선 끊어버렸다.

아들의 로밍폰마저 연결되지 않자 김 씨는 서둘러 은행을 찾았다. 평소 안면이 있던 은행 직원은 창백하게 질린 김 씨의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김 씨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있던 직원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다시 연락해 본 후 송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마침 아들에게서 전화가 와 “사고라니 무슨 소리냐? 회의에 참석하느라 잠시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의아해했다. 그제야 속았다는 생각에 발신전화로 전화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김 씨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벌이는 사기행각에 하마터면 꼼짝없이 당할 뻔 했다”며 “아들과 전화연결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500만원은 송금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 무료홍보행사 빌미로 의료기기 등 강매

부산 남구의 이 씨의 어머니(여.67세)는 외출 후 돌아오실 때마다 두루마리 휴지나 크고 작은 생필품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어디에서 받아 오는 지 물으면 매번 “공짜 행사장에 가면 재미있는 공연도 하고 꼬빡꼬빡 참석하면 이런 저런 선물들을 받는다”고 즐거워했다.

한달후쯤 전기찜질기.적외선 치료기 등이 하나둘 이 씨의 집으로 배송됐다. 근심어린 표정의 어머니는 “무료행사를 보려면 집주소 등 간단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해 말해 준 것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그제야 효도행사, 사은품 등을 빌미로 고가의 건강관련 제품들을 속여 판매한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배송된 제품가격은 시중 판매가보다 최고 10배 넘게 비쌌다.

판매업자에게 부당함을 지적하며 환불을 요구하자 “정당하게 신청을 받은 것이고 가격은 홍보 행사들의 영업비와 운영비가 포함된 것”이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이 씨는 “무료함을 달래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행사장을 찾은 노인들을 상대로 이런 악랄한 방법으로 강매하다니 지독한 사람들”이라며 한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2010.04.12 08:22

http://www.consumernews.co.kr/news/view.html?gid=main&bid=news&pid=194254


--> 노인 속여서 물건 팔면 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