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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있는 혈관도 막힌다


단순 복통 착각… 장기 썩고 사망할 수도

개인사업을 하는 신모(56)씨는 서너 달 전부터 식사할 때마다 배가 아팠다. 단순한 복통이려니 생각하고 참고 지냈는데, 최근 갑자기 배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프고 손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해져 한양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검사 결과 대장에 연결된 혈관이 거의 막혔다는 진단을 받고 인공 혈관 수술을 받았다.

신씨의 질환은 '복부 혈관성 장애'이다. 복부의 대장, 소장, 십이지장 등에 연결된 혈관이 막혀 생기는 병이다. 혈관이 조금씩 막혀갈 때는 증상이 미미하다가 완전히 막혔을 때에야 심한 복통을 느낀다. 심혈관이 막혀 심장마비가 일어나거나 뇌혈관 질환이 막혀 뇌졸중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뱃속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윤병철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복부에 있는 혈관은 심장과 뇌에 있는 혈관보다 지름이 커 막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일단 막히면 혈관과 붙은 장기가 썩게 되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시간도 짧다"고 말했다.

이런 병이 잘 생기는 고위험군은 심혈관·뇌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을 앓고 있는 사람이며, 담배를 피우면 위험성이 더 높다.

혈관이 서서히 막혀가는 초기에는 음식을 먹거나 운동할 때만 아프다. 윤 교수는 "평소에는 장운동이 많이 필요 없으므로 증상이 거의 없다"며 "하지만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 장 운동량이 갑자기 많아져 혈액 요구량이 높아지는데, 그때 혈액이 장운동에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경미한 복통 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환자는 단순 복통으로 착각해 상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한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장 쪽으로 혈류나 산소가 전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장이 갑자기 마비되고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유경종 세브란스병원 심혈관외과 교수는 "이 경우 막힌 혈관을 뚫어주기 위해 혈관에 스텐트를 넣거나 인공 혈관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큰 혈관은 막힌 뒤 1~2시간, 작은 혈관은 6~7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면 혈류 공급이 끊겨 장기가 썩고, 썩은 장기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이 온몸을 돌면서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 교수는 "평소에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으면서 식사할 때 복통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복부 혈관에 막혀 있는 부분이 발견되면 혈관확장제나 혈액응고방지제 등을 복용해야 하며, 막힌 상태가 심하면 미리 혈관을 넓혀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조선일보  2009.09.02 02:08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01/2009090101932.html